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다양한 민족 3

대항해시대 이후 이주를 통해 다문화 국가가 된 경우는 어떤 나라가 있을까요? 아마 주로 떠올리는게 미국, 멕시코, 호주, 만주국같은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국가일겁니다.

하지만 전 제 정말 친한 지인 덕에 요즘에는 이 나라를 떠올립니다. 말레이시아. 이 나라의 형제같은 존재인 싱가포르도 같이 나올 수 있겠죠. 세상에 다문화/다민족 국가는 많지만 말레이시아처럼 정말 이질적인 문화권의 출신들이 모여 주류를 이루고 한 동네에 살게 되는 모습은 과연 아시아에 많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세상 보는 눈이 넓어지기 전에는 단순히 싱가포르하면 화교가 많이 사는 곳, 말레이시아는 단순히… 말레이시아인이 살겠지? 정도가 다 였습니다.

근데 자세히 보면 정말 다양한 문화의 병존과 공존이 이뤄지고 그것이 일구는 조화와 불협화음 모두가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주류 민족

말레이시아

1. 말레이인(Orang Melayu, أورڠ ملايو)

비중: 말레이시아 내 약 50.8%, 싱가포르 내 약 15%​

종교: 이슬람교​​

언어: 말레이어(오스트로네시아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

특징

말레이인은 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일부의 원주 민족입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의 원주민과 계통적으로 매우 가깝습니다. 비록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문화권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스리비자야 제국과 같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 해양 제국도 가져봤습니다. 또한 누산타라라고 부르는 도서부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지역)에서는 전근대에도 말레이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언어를 가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용어로 다수 민족의 언어인 자와어가 아닌 말레이어의 방언정도… 혹은 사실 상 같은 언어인 인도네시아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양-태평양 무역의 중간점에서 살아 온 이들이기에 이슬람의 전래 이전에는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아 대승 불교나 힌두교가 지배층 신앙이었고, 이후에는 아랍의 영향으로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말레이시아 친구와 서로의 언어를 배워보며 이야기하다 보면 산스크리트어 어휘들을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절반을 거의 넘는 민족이고 싱가포르에서는 압도적인 중국계의 인구에 비해 15%로 많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인구로는 두번째로 많은 민족입니다. 이들은 무슬림인데 말레이인임을 규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이슬람교도인 것일 정도로 이들에게 이슬람교는 삶의 큰 일부입니다. 그래서 보면 이들의 이름은 이슬람교도답게 아랍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 말레이인 친구 왈, 말레이는 ethnicity만이 아닌 race의 개념도 될 수 있다했습니다. 이는 아마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말레이’계’ 원주 민족(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 언어를 쓰는 원주민이지만 말레이어는 안 쓰고 이슬람교도 아닌 경우도 있다. 주로 보르네오 섬의 사바, 사라왁의 다수 민족인 다약, 카다잔두순, 이반 등을 포함)도 포함한다하는데 이는 아마 위키피디아에 나오는 부미푸트라(말레이인 뿐 아니라 오랑 아슬리나 보르네오 섬의 비말레이어 화자 원주민족 모두 포함)의 개념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복잡한데 그냥 말레이어를 쓰는 원주 민족정도만 기억해도 될 것 같습니다.

원주 민족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의외로(?) 경제력이나 교육 수준은 최근 이전까지는 밑에 나올 중국계나 인도계보다 뒤쳐지는게 현실이었습니다. 이는 말레이인이 사는 두 나라 모두 경제적 여건이 준수한 수준으로 올라오고 특히 말레이시아는 부미푸트라 정책이라는 말레이인 우대 정책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말레이계 중산층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권력의 지분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었습니다.

중국인

중국인(華人, Chinese)

비중: 말레이시아 내 약 22.6%, 싱가포르 내 약 76.2%​

종교: 대승 불교, 무종교, 도교, 기독교 등​

언어: 보통화, 복건어, 광동어, 조주어, 객가어 등​

특징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내 중국계는 같은 이민사를 갖습니다. 길게 보면 명나라 시대부터 이미 해양무역을 통해 이 지역에 이주한 중국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중국계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 영국이 말레이 반도를 식민지화한 동안 많은 수가 주로 노동력을 위해 쿨리로 들어왔습니다. 광산 노동에 많이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백년이 넘는 식민지 기간동안 중국계가 죄다 육체 노동자들이었냐는건 아니고 나름 식민지 최고 부자들도 백인이 아닌 중국계에서 나왔을 정도로 사회적 엘리트나 상업으로 성공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들의 큰 특징은 절대 다수가 복건과 광동 지역 출신인 전형적인 남중국인들이란겁니다. 특히 말레이 반도의 중국인은 복건인이 차지하는 인구가 절대 다수였어서 지금도 이 지역에서 쓰이는 영어나 보통화, 말레이어에 있는 일부 은어는 우리에게 익숙한 남중국 언어인 복건어에서 유래된 어휘나 표현이 많습니다.

이들은 시대적 흐름에 의해 독립 이전까지만해도 특히 중화민국 국민정부와 자신의 고향에 충성하는 성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중국인 특유의 애향심에 기반한 공동체 상부상조 문화는 이곳에서 절정을 이뤄 언어집단 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의 경제력을 끌어올리고 타 커뮤니티나 식민지 정부에 맞서 경쟁력을 높여주었죠. 그래서인지 식민지 기간만해도 복건인, 광동인 등은 서로에게 동질감을 갖지도 않았고 반목과 갈등을 이어갔다합니다. 국민당의 중국 통일, 2차 세계 대전, 말레이시아 내 민족 갈등 등의 일련의 격변기를 겪으며 점차 이런 중국계 내의 분열은 사라졌습니다.

이들의 민족 언어는 남중국 언어들이고 다수가 복건인임에 따라 복건어가 중국계 사이의 실질적 공용어였으나 국민당이 말레이 반도 내 중국인에게 영향을 끼쳤을 때 관화(보통화) 교육을 장려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계 사이에서는 독립 이후 대세에 따라 보통화를 중국계 간의 공용어로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중국과 대만의 대세를 따르는 것도 있지만 중국계 커뮤니티의 분열을 막고 하나의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넣어준 측면도 있습니다.

19세기 본격적으로 이민이 시작된 후 말레이 반도 내 압도적인 경제력과 교육 수준을 자랑했으나 이런 굴러들어 온 돌인 중국계와 상대적으로 밀리는 원주민 말레이계 간의 갈등은 싱가포르 퇴출이라는 사건을 통해 절정을 달했습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부미푸트라 정책을 통해 원주 민족들을 사회적으로 우대하는 정책을 중국계 사이에서는 어차피 같은 말레이시아인이면서 사회에 불만을 품기 충분했죠. 이는 두뇌 유출같은 문제나 외국에서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사회적 구조에도 중국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큽니다.

인도인

인도인(இந்தியர்கள், Indian)

비중: 말레이시아 내 약 6.8%, 싱가포르 내 약 9%

​종교: 힌두교(주류),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등

​언어: 타밀어(주류), 말라얄람어, 펀자브어 외 인도 언어

​특징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3대 민족 중 가장 비중이 적은 이들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인도인들입니다. 인도와 말레이 반도의 역사적 관계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인도는 고중세 시기부터 이미 동남아시아에 문화적 영향력을 상당히 끼쳐왔고 말레이 반도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7세기부터 14세기까지 지속된 스리비자야 제국 시절 이미 대승 불교와 힌두교를 받아들였었고 산스크리트어에서 많은 어휘를 수입했습니다. 특히 남인도 기반 국가 중 가장 거대하고 공격적인 확장을 했던 촐라 제국은 11세기에 당시 수마트라, 말레이 반도, 자와를 차지하던 강력한 해상 국가인 스리비자야를 침공해 촐라 출신인 타밀인들이 인도양과 동남아 무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었죠.

이렇듯 인도와 말레이 반도의 관계는 수백년전부터 이미 밀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있는 인도인이란 중국계와 같이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중반 사이에 식민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주해 온 이들입니다. 말레이 반도의 중국인들이 남중국인이었던 것처럼 인도인들도 대부분 남인도인 특히 타밀인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볼 수 있는 인도 문화란 다른 나라와 달리 타밀어와 남인도 문화로 대표됩니다. 인도인의 이민은 동남부 아프리카나 피지, 북미, 카리브해 일부 국가에도 많지만 이들 대부분은 북인도에 기반한 문화가 주류를 차지한 것과 다르죠.

이들은 힌두교가 주류지만 외국물을 인도 본토나 타밀 나두 지역 평균보다는 힌두교도 비중이 낮은 수준으로 이슬람교같은 타종교나 비종교 인구도 적지 않습니다. 식민지 시기 싱가포르에서는 민족에 따라 주거지를 나눴는데 타밀인이 주류로 된 인도인이 사는 구역이 있었지만 이는 힌두교도의 거주지에 가까웠고 중국인, 백인 거주지와 구분되는 무슬림 거주지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말레이인이나 인도네시아 출신 말레이계 민족, 아랍인 등과 함께 무슬림 인도인들도 거주했습니다.

인구가 많진 않아서 상황이 막 나쁠 것이라고 예측할 순 있지만 영어 위키백과에는 인도인들 역시 교육이나 경제적 평균이 높은 수준이라고 나옵니다. 특히 특정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싱가포르에는 타밀계 유력 정치인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성공한 나라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 4가지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과 여인들

참고

네이버 역사카페 부흥